[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특집 下]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레이스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특집 下]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레이스
임건엽 기자
올림픽공원 주변으로 엄청난 속도와 힘을 발산하는 선수 그룹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자전거와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의 열기와 고속주행하는 바퀴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관중들 피부로 전달되어 선수는 물론 관중 모두가 최후의 1등이 골인하는 그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 투르 드 코리아 마지막 스테이지 결승지점 Ⓒ 국민체육진흥공단
부산에서 출발한 총 1,222km의 투르 드 코리아는 6월 12일 올림픽공원에서 스타트, 한강 마포대교를 찍고 다시 올림픽공원으로 돌아와서 주변 도로를 4회전 한 후 마무리 하였다. 선수들은 8일간 경기를 치르면서 피로감이 극에 달했겠지만, 올림픽공원에 있는 결승지점 선까지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치열한 경기였던 만큼 결승지점에 3명의 선수가 같은 시간대에 골인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정확한 승자를 가리기 위해 정밀 사진판독까지 한 후 결국 마지막 스테이지 우승은 브레튼 존슨(25, 드라팍) 선수가 차지하였다. 이미 승자가 나온 상황이지만 경기 결과에 상관없다는 듯이 결승지점을 지나서 선수 대기 장소로 이동하는 모든 선수의 얼굴에서 미소를 엿볼 수 있었다. 때 이른 무더위와 코스 난도가 높았던 점에서 선수들은 매일의 경기가 부담스럽고 많이 힘들었다는 인터뷰 내용이 많았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의 미소는 경기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안도감에서 온 미소로 보였다. 이로써 국내 최고 도로 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코리아는 막을 내렸다. 개인 종합 1위만 입을 수 있는 옐로우 저지는 그레가 볼레(31, 비니-판티니-니포) 선수가 획득하였고, 산악왕만 입을 수 있는 빨간 물방울무늬의 저지는 최형민(26, 금산인삼첼로) 선수가 입었으며,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스프린트 최고 기록자에게 주어지는 스카이블루 저지는 마지막 스테이지 우승자인 브레튼 존슨 선수가 사수하였다. 한국 선수 중에는 리우 올림픽 출전 포인트가 있었던 대회였던 만큼 김옥철(22, 서울시청)과 서준용(28, 국민체육진흥공단) 선수가 많은 포인트를 획득하여 리우올림픽 국가대표에 발탁되었다.
▲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평화의 공원으로 이동하는 선수들 Ⓒ 임건엽
더 큰 무대를 준비한다
투르 드 코리아에 참가한 선수들의 최종목표는 다양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마지막 대회였으며, 외국 선수들에게는 더 좋은 팀에 이적하거나 다음에 있을 상급대회를 위한 국제대회 경험 쌓기가 목적인 대회였다. 결국, 투르 드 코리아는 선수들에게 다음을 위한 어떤 한 과정이었으며, 이는 본격적인 도로 사이클 대회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유럽에서 세계 3대 스포츠대회로 인식되는 월드투어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가 7월에 시작되고, 10월까지 크고 작은 많은 사이클 대회가 매일 있다. 작년 투르 드 코리아 옐로우 저지였던 캘럽 이완(21, 오리카 그린엣지) 선수가 투르 드 코리아가 끝난 이후 여러 국제적인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사이클 세계에 신예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처럼 겨울부터 봄까지 열심히 훈련하며 대회를 준비하던 신인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대회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투르 드 코리아에 참가하여 더 큰 무대를 준비한다. 현재 투르 드 코리아 대회등급은 2.1로 2.2와 2.HC 중 중간 등급이다. 만약 2.HC로 등급이 격상된다면 더욱 유명한 사이클 선수들이 투르 드 코리아에 참가하고자 할 것이고, 국내뿐만이 아닌 해외 사이클팬들의 국내 방문도 기대할 수 있다. 비록 그 차이는 한 단계의 등급 상승이지만 2.HC 등급 상승은 투르 드 코리아가 아시아 대표 국제 사이클 대회로 인식될 수 있는 큰 바탕이 될 것이다.
▲ 산악왕이 된 최형민 선수 Ⓒ 임건엽
내년에는 더 기대된다
필자는 직접 사이클 클럽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들 대상들을 만나며, 이번 투르 드 코리아 감상평을 들을 수 있었다. 각자가 말하는 내용은 달랐지만 모두 내년 투르 드 코리아가 기대된다는 말로 갈무리하였다. 새로운 시도이자 쉽지 않았을 LTE 대회 생중계는 사고 없이 인터넷으로 전국에 송출되어 모두가 바쁠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최소 3,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매일 시청하였다. 대회 개최 전에는 투르 드 코리아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일본에서 열린 투어 오브 재팬(사이클 대회)의 날짜와 겹치는 바람에 작년과 비교하면 참가하는 선수와 팀 등급이 낮아져서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직접 대회 사전 교육에 참여하면서 대회 관계자 모든 사람이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대회를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은 공부하는 모습과 매일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열심히 조성하기 위해 쉬지 않는 모습을 보니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 예상은 맞았다. 운영 부주의로 인한 경기 중 선수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으며, LTE 생중계와 녹화 파일 공유로 각종 자전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르 드 코리아에 대한 글로 연일 게시되었다. 항상 전과 비교하여 더 나은 경기 조건과 관람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곧 대회 등급이 2.HC로 격상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에서도 투르 드 코리아를 통해 해외 유명 사이클 스타들을 볼 수 있는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