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기본은 체력이다
글 / 강동균 (스포츠둥지 기자)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우리나라에서 열린 최초의 월드컵이라는 큰 의미와 더불어 히딩크 리더십이 언론에 오르내리던 대회였다. 모든 스포츠의 기본은 체력이라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히딩크 이야기를 왜 꺼냈을지 궁금할 것이다.
“한국 팀은 체력이 문제입니다.”
기자회견 하는 히딩크 ©연합뉴스
“한국 팀은 체력이 문제입니다.” 2000년 12월 17일 수수한 차림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히딩크가 분석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모습이었다. 이 한마디는 당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오히려 많은 전문가들이 유럽과 견주어 뒤떨어지는 것은 기술이지 체력은 아니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런 기술력 상승을 바라고 사령탑에 앉힌 외국인 감독이 내뱉은 말이니 더욱 황당했을 것이다. 물론 기초체력은 좋았지만 히딩크가 말한 체력은 다른 개념이었다. 전∙후반 90분 중 실제 경기시간(Actual Time)인 60분 동안 순간적으로 질주하고 5초 이내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체력이 한국 대표팀에게는 부족했던 것이다. 늘 전반적에는 펄펄 날던 선수들이 후반에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 볼 체력조차 없어 맥없이 무너지는 이유였다. 기본적인 체력을 강화시키자 조별리그 통과도 어려웠던 한국 대표팀이 4강까지 갈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었겠지만)
이처럼 경기력(퍼포먼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크게 4가지 요소가 있다. 체력, 기술, 전술, 정신력. 이 4가지는 어떤 스포츠에서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점이다. 어떤 선수라도 체력만 가지고 상대를 이길 수 없다. 화려한 기술과 적절한 전술이 있더라도 적절히 실행할 체력이 없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다. 즉 4가지 모두가 균형 있게 준비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4가지 요소를 몸에 익힐 때는 우선순위가 있다. 전술과 정신력이 가장 위에 있고, 그 밑에 기술, 마지막으로 체력이다. 전술과 정신력이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체력이라는 주춧돌이 잘 세워져 있어야 전술과 정신력, 기술이라는 집이 잘 지어지는 것이다.
많은 지도자들이 ‘몸이 열려있다’, ‘팔꿈치가 내려와 있다’, ‘중심이 높다’ 등의 지적과 함께 고칠 것을 주문하더라도 그게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주로 근육의 미발달과 유연성 결함 등의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가 된다. ‘야구 센스가 있는데 혹은 축구 센스가 있는데 기본이 안되어 있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어떤 스포츠건 기본적인 체력이 좋으면 그 성장속도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체력은 근력, 스피드, 파워, 민첩성, 지구력, 유연성, 균형감각 등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목마다 다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체력 요소의 기본이 되는 것은 근력이다. 근력이 향상되면 스피드와 파워, 민첩성과 지구력도 향상된다. 그렇다면, 어떤 부위를 단련하면 될까? 코어(Core)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들 복근을 만든다거나 이두, 삼두를 단련시킨다며 근육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코어 근육은 머리와 팔다리를 제외한 몸통 전체를 지칭한다. 특히 코어 근육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은 복횡근, 횡격막, 다열근, 골반저근이라고 하는 근육들이 중요하다. 이들은 텅 비어있는 복부를 고정시켜 완벽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속 빈 페트병보다 음료로 가득 찬 페트병이 잘 넘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복부를 향상시키면 스포츠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코어근육 ©헬스조선
사람의 몸을 보면 등이나 팔다리에는 뼈가 있지만 복부에는 뼈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근육을 통해 고정을 시켜줄 필요가 있다. 복부 쪽 코어 근육이 약하면 다른 근육들이 대신 힘을 받게 되어 근육을 사용하는데 효율성이 떨어지고 부상이 쉽게 올 수 있다. 이 근육들은 일반적인 복근 운동과 함께 복식 호흡을 통해 단련시켜야 한다.
근력 운동 ©씨네21
과거 인기 프로그램인 ‘출발 드림팀’에서 가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았을 것이다. 복식 호흡을 해야 하고 연예인으로서 꾸준히 몸 관리를 하는 입장이기에 그들의 활약이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기본 근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복근 운동을 먼저 한 후에 코어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해도 늦지 않다. 근육의 안정화만큼 기본 근력의 증가도 스포츠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기초체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좋아진 시민에게 건강보험료를 내리는 방안을 서울시에서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꼭 스포츠 선수가 아니더라도 이 기회를 통해 기초 체력을 한 번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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