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와 피스토리우스, 땀방울의 무게는 같다
글 / 이철원 (스포츠둥지 기자)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여름,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 남아공)를 기억하는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600m 계주에 남아공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건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그가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3월 18일, 남아공에서 열린 국내 육상대회 400m에 참가해 45초20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런던올림픽 400m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는 A기준 기록(45초30)을 넘어서는 좋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는 현재까지 남아공 유일의 400m A기준 기록 통과자임에도 불구하고 런던올림픽 출전이 결정되지 않았다. 남아공 올림픽위원회(이하 SASCOC)는 자국 육상 선수들에게 런던 올림픽 출전 자격 기록을 올림픽 개막(7월 28일) 3개월 이내에 열린 대회에서만 인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실, 피스토리우스의 올림픽 도전은 4년 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됐다. 그가 공개적으로 패럴림픽과 함께 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하자 국제육상경기연맹(이하 IAAF)과 일부 선수들이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그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이 기록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 뒤 비로서야 그의 올림픽 도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쉽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피스토리우스는 긍정적인 태도로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리냐노 국제육상대회에 참가해 45초07이라는 뛰어난 기록을 세웠던 경험이 있기에 런던올림픽 개막 전까지 3~4개의 육상대회에 참가하며 다시 한 번 기준기록을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은 기간 동안 피스토리우스가 A기준 기록을 통과 못 할 수도, 남아공에서 그의 기록을 뛰어넘는 3명(국가당 런던 올림픽 육상 400m 출전 가능 인원수)이상의 선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다.
올림픽 헌장과 올리피즘 기본원칙 1조와 2조에 따르면 '스포츠는 인간의 몸과 정신의 질을 높이고 조화롭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난 한명의 사람이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양 무릎 아래에 의족을 달고 피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일반인들과 조화롭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일부 육상선수와 장애인 육상선수, 심지어 IAAF에서도 그의 일반대회 출전을 반대하며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부정하고 있다.
난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의족을 단 장애인 선수와 함께 레이스를 해서 패배할 것이 두렵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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