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동계올림픽 도시형 개최지 비교: 강릉 vs. 삿포로
필자는 3일간 강릉, 평창 일원에서 개최된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 연례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였다. 두 도시 모두 명실 공히 각각 빙상경기 및 선수촌, 그리고 설상경기와 본부호텔을 품에 안을 올림픽 개최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우리나라와 지형적 조건이 유사하고 동일한 아시아권으로서의 경쟁력을 비교하고자 07/08시즌과 08/09시즌에 각각 일본 나가노 및 하쿠바(98년유치)와 삿포로(72년유치) 및 아사히카와를 방문한바, 우리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올림픽 이후를 염두에 두면서 짚어 넘어가야 할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강릉에 들어서니 높이 솟은 강릉시청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도시가 과히 평창동계올림픽의 빙상경기장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동해안으로 들어서면 하슬라 박물관 호텔 방향 정동진까지 넓게 펼쳐진 도시가 도시형 동계올림픽 개최장소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 72년에 유치한 삿포로 동계올림픽의 경우, 도시형 동계올림픽의 개최장소로서 비견할 수 있을 만하다. 일본의 경우 행정조직이, 1都(도쿄도)1道(북해도) 2府(오사카, 교토) 43縣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1도는 북해도를 의미하고 북해도의 중심도시는 삿포로다. 삿포로는 19세기 말 메이지유신이후 일본의 근대화과정에서 개발이 시작된 홋카이도의 도청소재지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이후 폐번치현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루었지만, 홋카이도는 도(도)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삿포로는 1972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함으로서 오늘날과 같은 도시기반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도시성장에 있어 올림픽의 역할이 크다. 올림픽 개최당시 시설들이 시내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나, 육상자위대 주둔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설하여 선수촌으로 활용했던 점등이 이를 말해준다고 본다.
필자는 미야지시마 스키점프대와 반케이(Bankei) 스키장, 그리고 올림픽선수촌 지역을 다녀왔다. 도시지역답게 이러한 경기장과 올림픽 선수촌 모두 지하철로 연결이 된다. 동계기간동안 폭설로 인한 교통문제 역시 지하철로 극복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삿포로의 1월 폭설은 우리의 평균적설량과 비교하여 상상을 초월하는데, 올림픽 선수촌 옆 공원에서는 1월이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시민들에게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해주고, 자연설이 두텁게 덮인 공원에서 자유롭게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즐길 정도다. 이러한 겨울 기후를 감안할 때, 지하철은 도심교통의 획기적 해결책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삿포로 시내에는 엔산공원을 중심으로 양 쪽 언덕에 각 1개소씩 두 군데의 스키점프장이 있고, 미야지시마 스키점프대와 같은 고원에 위치한 경기장도 엔산공원역에서 버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미 삿포로 올림픽이 끝난지 40여년이 지났지만, 필자가 방문한 현재도 활발히 점프경기 일정이 잡히는 것을 보면, 동계 종목이 상당히 생활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사점
두 도시 모두 영토 북부 변경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서 군사시설이 많은 편이고, 72년 삿포로 올림픽 선수촌의 경우 舊 육상자위대 주둔지를 활용한 바 있다. 강릉 올림픽에서도 도시개발에 있어 군사시설 관련 제한이 풀릴 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서울에서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동서고속철도를 조기 개통하게 될 예정이지만 시내수송에 대한 대책역시 강릉이 떠안아야 할 과제이다. 도로교통외에는 경기장 간, 혹은 경기장과 선수촌간 연결망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 기간 중 수송상 교통체증 문제가 강릉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여겨진다. 빙상경기를 위한 다수의 경기장이 건설될 예정인데, 아이스하키 리그 연고지 활용이나 생활체육 캠프 등으로 하드웨어 구축에 있어 올림픽 이후의 소프트웨어도 신경 써서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