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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이 꼭 필요한 이유

스포츠둥지 2009. 10. 1. 17:31

                                                                            글 / 최의창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


학교체육의 탄생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는 기원전부터 있었던 제도이다.
교육사 서적을 뒤져보면 그리스와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공적인 방식으로 어린 아이들을 가르쳤던
기록이 나오는데, 이런 오래된 기관들은 공적이기는 하지만 특정 계층의 아동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폐쇄적이었다.

오늘날처럼 개방적이고 의무교육적인 차원에서 학교제도가 운영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00년대 후반 산업혁명으로 막대한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왕정이 마감되면서 만인이 평등하게
대우받는 근대 민주주의가 출현하면서부터이다.
모든 이들이 최소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895년 <교육입국조서>의 공포와 함께 각종 학교의 학제를 마련하여 운영하였다.
1894년 갑오경장을 통하여 근대국가의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바로 직후이다.
체육은 학교 교과목으로 처음부터 함께 해왔던 교육활동이었다. 체육과목도 구한말과 일제시대에는
“체조”라는 교과명으로 불렸다.
제2차 세계대전시기에는 “체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모두 필수과목으로 가르쳤다.
“체육”은 해방되면서부터 부르기 시작한 교과명칭이다. 체육은 근대학교에서는 물론이고 기원전부터
(물론,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지만) 교과목의 하나였다.
그리스의 김나지움이나 중국의 대학 등의 학교들에서도 체육활동은 다양하게 가르쳐져 왔다.

학교체육의 가치

체육이 이렇듯 교육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지속적으로 가르쳐져 온 것은 그 가치가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어린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사람들이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체육활동이 갖는 다양한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이 가치들은 가장 커다란 수준에서 두 그룹으로 재분류될 수 있으며, 그것은 신체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이다.

첫째, 체육의 신체적 가치는 건강과 체력에 증진시켜 주는 것이다.
체육활동을 가르치는 이유는 아이들의 온몸이 건강하게 되고 신체적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활발하게 전신을 움직이면서 신체를 사용하고 몸의 각 부위를 단련함으로써 육체의 기능이
나아지는 것이다.

둘째, 체육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차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신적 차원에는 지성, 감성, 덕성, 영성(지정의, 지인용 등으로도 나눌 수 있다)이 관여된다.
체육활동은 인지적, 정의적, 영성적 측면들에 골고루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신체활동을 통해서 사람의 안쪽을 균형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지게 만들어낼 수 있다.
신체활동은 사람을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훌륭하고 좋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체육활동을 제대로 해내면 머리가 좋아지고, 성품이 나아지고, 감정이 풍부해지며, 영혼이 맑아지는
효과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체육교과는 “전인교육”을 해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신체적 가치

체육교과의 주요 내용이 신체활동인 한, 학교체육이 학생들의 육체에 뭔가 좋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다.
체육활동은 유희적인 것과 단련적인 것이 있다. 전자는 스포츠나 게임을 행함으로써 즐거움과
건강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후자는 유희활동이 아니라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엑서사이즈(운동)을 통해서
육체의 생리학적 발달을 가져다준다.
유희적인 신체활동은 유희적 과정을 통해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육체기능의 향상을 도모하는 작용을 한다. 단련적인 신체활동은 신체의 기능과 작용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이다.
어떤 방식이던지 체육활동이 우리 몸에 기능적 발달을 가져다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과거와 현재의 학교교육에서는 신체적 가치를 높이 쳐주었기 때문에 교과의 하나로 체육이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신적 가치

체육교과가 훌륭한 점은 금상첨화하는 교과이기 때문이다.
체육은 신체적 가치는 물론이고, 정신적 가치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매우 드문 학교 교과이다.
단련적이고 유희적인 활동은 팔과 다리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신적 측면들이 관여하는 통합적인
과정이다. 체육활동은 활발한 정신작용이 필요한 인지활동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유희적 활동은
스포츠나 게임을 말하는데, 이들은 모두 경쟁을 활동맥락으로 삼는다.
상대방에 대적해서 승부를 가리는 것이다. 대적은 몸싸움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싸움은 생각과 감정과 의지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지정의 활동이다.
정신의 모든 측면들이 관여하는 통합적 내면활동이 반드시 함께 한다.

 
이런 점에서 체육을 지성, 감성, 덕성, 영성이 모두 연계되어 있는 교과라고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전략을 생각하면서 나의 전술을 준비하며, 불리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의지를 발휘한다. 주먹을 맞바꾸던 상대방과 진정한 우정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위대한 존재의 은혜를 체험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분석적 사고능력과 판단력, 인내심과 자신감, 스포츠맨십과 우정,
그리고 자기발견과 신앙심이 길러지고 확인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우리 역사와 사회 속에서 언제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들이며. 시간의 고금과 장소의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가 귀중하게 이어나가고 북돋우기 위해서 애쓰는 가치들이다.
학교체육은 신체활동을 통하여 바로 이런 가치들을 체계적으로 함양하는 일을 목적으로 한다. 

 
학교체육의 이상

학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제도 가운데 하나이며,  체육은 인류가 창안해낸
가장 아름다운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이 두 가지 아이디어가 하나로 만나게 된 것이 바로 학교체육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곳, 소수의 선택된 계층만이 누리던 혜택을 만인에게
돌아가도록 한 곳, 그리고 체육활동을 통해서 그 교육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한 곳.
이것이 바로 학교체육의 이상인 것이다.
의무교육으로 주어지는 학교체육은 계층과 성별을 막론하고 훌륭한 사람으로의 성장이라는 자유교육의
이상을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자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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