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고유선 (숙명여자대학교)
필자는 체육학 전공과목에 한방운동이라는 과목을 개설하여 가르치고 있다. 한방운동은 동양의
음양오행을 기본으로 한 한의학을 운동에 접목시킨 것으로서, 전통적으로 체육학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근육과 뼈에 대한 기본이론과 함께 한의학의 경락과 경혈을 가르침으로서 개인의 체질에
맞는 운동프로그램을 갖도록 하는 것을 교과목표로하고 있다.
동양사상에서는 만물을 음과 양으로 나눈다. 우리는 음양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해, 밝음, 낮, 남자,
뜨거움, 발산이라 함은 양이며 양에 상응하는 달, 어둠, 밤, 여자, 차가움, 수렴은 음이라는 것을
개념적으로 알고 있다. 음과 양을 기초로 사람도 음인과 양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음인은 내성적이고,
차분하며, 몸이 냉하고, 눈빛이 그윽한 반면 양인은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며 몸이 따뜻하고, 발산적인
눈빛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음양을 다루는 동양사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측정을 통한 존재확인이
애매모호하였기 때문에 실증주의적 서양학문을 공부한 학자들로부터 비과학적 지식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음양의 기전에 대하여는 명확한 설명이 불가능하였더라도 현상으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는 가끔 수업시간에 기(氣)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과학의 발전은 측정도구의 발전과 함께 해 왔다. 그래서 측정에 사용하는
도구자체에 대한 신뢰도와 타당도관련 증거는 양적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 매우 중요하게
취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하여 연구하지 않는다면 연구자의 연구주제는 측정도구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음양 혹은 기(氣)를
주제로 하는 어떠한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연구아이디어도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양인으로서 음양과 기(氣)의 실체를 비 과학으로 치부하면서 배척한다면 우리는 서양학문의
종속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학문적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동양학문을 보다 과학화하여 서양에 알리는 노력을 견주어야
할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멀리
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한 번도 음양오행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었음에도
측정 불가능한 것으로 단정해 버린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아직까지는 미흡하긴 하지만 음양과 기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고민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 의해서 체형, 지문, 설문지법, 한약, 혈액분석, 유전자분석 등이
소개되고 있다. 필자는 주장하고 싶다. 신비로운 측정과 타당한 평가를 위하여 우리 측정평가
전공자의 현재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음양과 기(氣)를 측정하여 이를 근거로 사람의 체질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면
체육학분야에 파급되는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양이론을 근거로
댄스, 각종 무술, 달리기, 줄넘기, 유산소운동 등은 양의 운동으로 구분하고 이완요법을 비롯한
명상, 요가, 국선도, 근력운동은 음의 운동으로 구분할 수 있고 또한 뻗치고 차고 뛰는 동작은 양의
동작으로,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숙이며 손발을 접는 동작은 음의 동작으로 구분하여 개인별 맞춤형
체질운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체육측정평가 전공자들의 지속적인 연구로 증명되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람도 역시 음양으로 구분한 후 양인에게는 음의 운동을 음인에게는 양의 운동을
시킴으로써 음양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세상만사의 이치이며 음양의 조화가 곧 건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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